대다수 사람들에게는 한 해가 1월에 시작하여 12월에 끝이 납니다 (Calendar year). 하지만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해가 8월에 시작하며 5월에 끝이 납니다 (Academic year).
한 해를 끝마치며 잠시 과거를 회상해 봅니다.
2023년 가을학기
지난 가을학기는 제게 참 힘든 학기였습니다. 마흔을 넘기며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마음이 많이 약해졌는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늘 나는 남과 달리 철인이다, 정신력으로 버티자라고 주문을 외우며 살았지만 마음이 약해지고 허무함이 밀려오는 것은 순식간이더군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멀리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장 책임져야 할 일이 많기에 쉽게 도전을 할 수도 없고 그 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제가 저의 자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지켜주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제 일과를 빼곡히 기록하고 있는 달력을 보니 8월부터 취미삼아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네요 (듀오링고). 사실 2023년 초부터 시작했는데, 잠시 그만두었다가 아마 다른 언어라도 배워서 흥미를 느끼면 그것이 일종의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열정을 되찾기 원했던 것이죠.
학기초에 코비드도 한차례 걸려 고생을 했군요. 학생들이 함께 배움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괜히 나혼자 애쓴다라는 생각으로 인해 일터로 향하는 길이 즐겁지 못한 점이 있었는데 제 추측에는 코비드에 감염되어 몇차례 휴강 및 인터넷 강의로 대체한 이후 직접 수업을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학생 수가 현저히 줄은 것을 경험한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을 했나 제 기록을 다시 살펴보니 힘들기만 했던 것은 아니네요. 9월에는 미국 기독교 상담학 학회에 가서 하나님의 용서에 대한 발표를 했군요. 제 세션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는데 학자로서의 보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 하나님의 용서에 대한 연구는 저의 심리학 관점의 용서 연구와 신학적 관점을 좀 더 철저히 통합하도록 도움을 주었고, 이후 기독교 상담 통합이라는 신간의 한 쳅터로 출간이 되었지요.
아내 생일쯔음에 가족 여행도 한 차례갔고 (물놀이 공원), 9월, 10월 각 하루씩 통계 워크샵도 들었네요.
10월 말에는 텍사스 기독교 대학에서 열린 도덕교육 학회를 참석하여 용서와 겸손에 대한 저의 연구를 발표했네요. 많은 사람들과 교제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종교나 절대적 가치에 기반을 두지 않은 도덕교육 연구가들의 발제에 참석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기독교인들도 있었지만 기독교의 언어를 사용하거나 종교적 절대성에 기반한 주장은 할 수 없도록 되어있는 철저히 세속주의와 다원주의에 영향을 받은 학회입니다. 한가지 더 생각해 보았던 것은 제가 몸담고 있는 복음주의 기독교 대학 리버티 대학교와 이름에 기독교가 붙어 있어 정체성을 감출 수 없는 텍사스 기독교 대학의 차이가 뭘 까, 이 둘은 어떤 의미에서 기독교일 까 이런 생각도 잠시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을 B텀 (첫 8주) 박사 수업도 하나 들었고 (중급통계), 여러 용서 연구도 계속 참여했네요 (물론 연구 실적이 우선이 아니기에 제 욕심만큼 실적을 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지요).
추수감사절 주간에는 장인 장모님이 방문하시고, 12월에는 저의 첫 박사 과정 제자들이 논문 디펜스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둘 모두 용서 연구를 했고, 한명은 질적 연구, 한명은 양적 연구를 했네요. 학술논문으로 발전시켜보자라고 제안했지만 아무래도 저희 박사과정 학생들은 이미 일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아서 일반 연구대학의 박사학생들처럼 연구 실적에 큰 관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박사를 받았으니 연구실적을 통해 대학 교수로 가거나 연구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들어가 있는 현장에 더 집중하는 것이죠.
12월 말에는 나이아가라 폭포와 토론토 여행으로 가족과 한 해를 마무리했네요. 상당히 추웠지만 즐거웠습니다. 눈이 와서 아이들이 너무 신나했던 기억이 나네요.
가을 학기동안 어떤 책을 읽었는가 살펴보니 1. 신학교 시절 읽었던 척 콜슨의 믿음이라는 책을 가장 먼저 읽었고, 2. 기독교 관점 경제학 개론책, 3. 마이클 브라운의 왜 많은 이들이 신앙을 떠나는가, 4. 낸시 피얼스의 몸을 사랑하라, 5 낸시 피얼스의 신간, 남성성에 대한 문화적 공격을 비판하는 책과 6. 비판 이론을 평가하고 비판한 책 두권도 부분적으로 살펴보았고, 7. 기독교인들을 위한 정신 건강 가이드, 8. 행복과 경제학, 9. 행복 연구자로 유명한 에드 디너의 행복, 10. 조나단 하이트의 행복 가설 (세번째 읽음), 11. 윌파워 (willpower), 12. 그릿 (Grit) 을 읽었네요. 신앙 관련 책을 읽으며 제 가치관을 점검했고, 행복 관련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렸던 것 같네요. -끝- (다음 편은 요기).